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보이지 않는 세계를 탐색하다: 적외선 분석으로 지하 유물 찾기

by 천문학5882 2025. 3. 31.
반응형

 

현대 고고학은 이제 땅을 파기 전, 땅 속을 먼저 본다. 적외선 분석 기술은 눈에 보이지 않는 지하의 구조물을 감지하고, 고대 유물이나 건축물의 흔적을 사전 탐지하는 데 탁월한 역할을 한다. 이 글에서는 적외선 센서와 위성, 항공사진 데이터를 활용한 고고학적 응용 사례와 함께, 그 과학적 원리와 실제 발견 사례를 소개한다.

빛의 끝에서 발견되는 과거

고고학은 과거의 흔적을 현재로 되살리는 과학이다. 그러나 과거의 흔적은 종종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숨겨져 있다. 땅속, 모래 밑, 숲 속 지면 아래에는 여전히 인류 문명의 조각들이 잠들어 있다. 이를 발견하기 위한 새로운 눈이 필요했고, 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바로 ‘적외선 분석’이다. 적외선은 가시광선보다 긴 파장을 가진 전자기파로, 열 에너지에 반응하여 다양한 물질의 표면 특성과 온도 차이를 감지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열 감지에 그치지 않고, 지표면 아래에 묻혀 있는 구조물이나 유물의 존재를 감지하는 데까지 확장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지하에 벽돌 구조물이 존재하면 해당 부위의 토양은 열을 다르게 흡수하고 방출하게 되며, 이는 적외선 영상에서 명암의 차이로 드러난다. 이러한 원리를 활용한 고고학적 탐사는 이미 세계 곳곳에서 실제로 적용되고 있다. 땅을 파기 전, 위성 이미지나 항공 촬영을 통해 적외선 데이터를 분석하면 유물의 존재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선별할 수 있고, 불필요한 발굴을 줄일 수 있다. 이는 경제성과 효율성, 그리고 유물 보존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혁신으로 평가된다. 이제 고고학자는 단지 땅을 파는 사람이 아니다. 빛의 끝자락에서 보이지 않는 과거를 읽어내는 데이터 분석가이기도 하다.

적외선 기술로 드러나는 지하의 흔적들

적외선 분석은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고고학에 응용된다. 첫째는 위성 또는 항공기 탑재 센서를 통한 '원격 탐사(remote sensing)', 둘째는 지상 탐지 장비를 활용한 '근접 적외선 스캐닝'이다. 이 중 원격 탐사는 대규모 지역의 사전 조사에 탁월하며, 실제 유물 탐사에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해준다. 대표적인 사례는 이집트의 사카라(Saqqara) 유적지다. NASA의 위성 데이터를 기반으로 적외선 센서 분석을 진행한 결과, 사막 아래 정사각형 구조가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지점들이 다수 발견되었다. 이는 단순한 자연 지형이 아니라, 인공 구조물—즉, 고대 무덤이나 건물의 흔적일 가능성이 높았다. 이후 실제 발굴을 통해 이들 지점에서 수십 개의 고분이 발견되었으며, 이 중 상당수는 이전까지 기록조차 없던 유물들이었다. 또한 중남미 지역, 특히 페루의 정글 지역에서도 적외선 분석을 통한 유적 탐지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 지역은 고온다습한 기후로 인해 토양 속 수분 함량이 일정하지 않은데, 고대 유적이 묻힌 지역은 상대적으로 다른 온도 특성을 보이기 때문에 적외선 영상에서 구분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마야 문명의 유적과 고대 농경지 흔적들이 위성에서 최초로 포착되었고, 이후 현장 조사에서 확인되었다. 적외선 분석은 또한 도굴 및 유적 훼손 감시에도 활용된다. 유적지에서 인공적으로 땅을 파거나 건축물이 훼손되면, 그 부위의 열 흡수율과 반사율이 주변과 달라지기 때문에 위성 적외선 이미지에서 쉽게 포착된다. 이를 통해 불법 행위를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선제적 대응이 가능해졌다. 최근에는 이러한 적외선 데이터에 AI 기술이 결합되어, 열 패턴과 구조 변화를 자동 식별하는 알고리즘이 개발되고 있다. 이는 수천 장의 이미지 중 유물 존재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자동으로 표시해주어 고고학자의 초기 탐사 범위를 효과적으로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이처럼 적외선 분석은 과학, 기술, 역사학이 융합된 새로운 탐사의 눈으로 작용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기술, 그리고 그 의미

우리는 빛으로 과거를 본다. 그것도, 인간의 눈으로는 볼 수 없는 빛, 적외선을 통해서. 이 기술은 단순히 지하 구조물을 식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의 기억과 유산을 보다 조심스럽고 체계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해준다. 과거에는 유물 발굴을 위해 넓은 땅을 무작정 파야 했다. 그 과정에서 유물이 훼손되거나 주변 생태계에 피해가 가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적외선 분석을 통해 탐사 후보지를 선별하고, 효율적이고 정밀하게 발굴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유산 보존의 관점에서도 큰 진보이다. 또한 이 기술은 학문 간 협력을 더욱 촉진시키고 있다. 고고학자, 지리학자, 데이터 과학자, 원격 탐사 전문가가 함께 연구하고, 각자의 시선으로 과거를 읽는다. 그 결과 우리는 더 다층적이고 입체적인 역사 인식을 갖게 된다. 하지만 기술만으로는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다. 결국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 기술을 어떤 관점으로 활용할 것인가, 그리고 그것을 통해 무엇을 이해하고 보호할 것인가에 있다. 적외선 분석은 그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도구일 뿐이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고고학자다. 단지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를 상상하고, 새로운 빛으로 그 흔적을 따라가는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적외선은, 그 여정을 함께하는 조용한 동반자인 셈이다.

반응형